2018/09/22 08:20

피아니스트 11명이 얘기하는 쇼팽과 슈만 - (9) 차하리아스 음악 기타



원전판 악보 전문 출판사인 독일의 헨레에서 2010년에 쇼팽과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질문 9가지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7명(차하리아스, 포그트, 레온스카야, 바두라-스코다, 부흐빈더, 쉬프, 오피츠)은 독어로,
4명(리밍치앙, 아믈랭, 휴잇, 키신)은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를 포스팅했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차하리아스입니다.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에서든 슈만보다 쇼팽을 더 자주 연주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런가요? 만약 그렇다면 아마 그 이유는 쇼팽이야말로 피아노에서 풍부하고 빛나고 웅장한 소리를 뽑아낼 줄 알았던, 다시 말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최초의 작곡가이기 때문이겠죠. 쇼팽은 배음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매우 예술적으로 활용했어요. 반면 슈만의 피아노곡은 대부분 중음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연주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텍스처 가운데 특정 선율을 강조하는 방법을 열심히 연마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수준의 소리 밖에 낼 수 없어요.

2. 슈만의 피아노 작품은 쇼팽에 비해 훨씬 덜 "피아니스틱"해서 연주하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시나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쇼팽 곡이나 패시지 중에도 거의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경우가 당연히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그걸 전제로 하면, 말씀하신 내용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슈만 피아노 작품을 풍성하고 광채가 나도록 연주하기는 정말 힘들거든요.

3. 슈만과 쇼팽의 작품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곡은 무엇인가요?
저는 특히 모음곡 형태의 슈만 작품들 가운데 짧고 단편적이면서 마치 질문을 던지고 끝내듯 종결되지 않은 화성으로 마무리하는 곡들을 무척 사랑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다비드동맹 무곡집과 어린이 정경은 위대함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한편, 젊었을 때 쇼팽을 훨씬 자주 연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쇼팽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곡으로는 뱃노래, 환상곡 F단조, 발라드, 스케르초, 소나타 B단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4. 쇼팽이나 슈만의 작품 가운데 절대 연주하고 싶지 않은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쇼팽 소나타 1번은 아마 절대 연주할 일이 없을 겁니다. 2, 3번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곡이에요. 슈만의 경우 초기 즉흥곡은 피하고 싶고, 밤의 소곡집과 숲의 정경 중 일부 곡들도 최고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앨범에서도 훌륭한 곡이 있는 반면 나머지 곡들은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평범한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반면 새벽의 노래는 피아노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용으로 꼭 편곡해서 연주해보고 싶고, 소나타 G단조도 앞으로 익힐 계획입니다.

5. 덜 알려진 슈만 후기 곡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중 앞에서 연주해보신 작품이 있나요?
슈만 후기 곡들은 다소 단편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2번 질문에서 "덜 피아니스틱"하다고 말씀하신 측면은 이런 후기 곡들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페달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Op. 56, 58, 60은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한편 지휘할 때 저는 많은 사람들이 혹평하는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최대한 자주 프로그램에 넣습니다. 슈만 최고의 걸작 중 하나니까요.

6. 쇼팽 초기작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4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대에 올려보신 적이 있나요?
4번 질문에 대한 답을 참조하세요.

7. 슈만과 쇼팽의 환상곡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어떤 작품이 더 중요한가요?
쇼팽 환상곡 F단조는 쇼팽 최고 걸작 중 하나입니다. 쇼팽 자신도 이 작품 중간 부분만큼 완벽한 음악을 쓴 적이 별로 없어요. 반면 슈만 환상곡은 자주 연주해왔지만 제 의견을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듭니다. 2악장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흠모해온 위대한 슈만의 모습인데, 리스트(화성)와 유사한 1악장은 아직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요. 성가풍 텍스처의 독특한 3악장은 이미 슈만의 후기 작풍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고요.

8. 두 작곡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이나 슈만을 특별히 더 자주 무대에 올리실 계획인가요? 이를 계기로 새로 준비하신 곡도 있나요? 어떤 곡인가요?
다행히도 저는 그런 OO주년에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와 별개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바르샤바에서 다시 연주할 기회가 생겨서 쇼팽 협주곡 2번을 리허설하고 있어요. 무척 기대됩니다.

9. 슈만은 탁월한 가곡 작곡가이기도 했던 반면 쇼팽이 쓴 몇 안되는 가곡은 완전히 잊혀졌는데요, 이 같은 뚜렷한 차이점이 피아노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가곡 작곡가로서의 슈만의 위대함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죠. 쇼팽의 경우 피아노곡 선율을 흥얼거려 보면 가곡과 노래, 심지어는 샹송으로 가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리스트가 쇼팽의 가곡 소녀의 소망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과거 명인들(요제프 호프만이나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로 한 번 들어보세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피아노, 지휘), 세인트폴 실내악단



슈만: 환상소곡집 Op. 12 중 제7, 8곡 -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쇼팽/리스트: 소녀의 소망 - 요제프 호프만 (11:37부터 시작)
호프만의 이 곡 녹음이 적어도 세 종류(1918, 1923, 1935)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918년 버전이 가장 좋지만 유툽에 있는 이 1935년 녹음도 정말 좋습니다.



덧글

  • 2018/09/23 00: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9/23 02: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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