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9 05:40

피아니스트 11명이 얘기하는 쇼팽과 슈만 - (8) 포그트 음악 기타



원전판 악보 전문 출판사인 독일의 헨레에서 2010년에 쇼팽과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질문 9가지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7명(차하리아스, 포그트, 레온스카야, 바두라-스코다, 부흐빈더, 쉬프, 오피츠)은 독어로,
4명(리밍치앙, 아믈랭, 휴잇, 키신)은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몇 차례로 나눠 번역해서 올립니다.
지금까지 번역한 내용은 아래 링크합니다:


오늘은 포그트입니다.


[라르스 포그트]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에서든 슈만보다 쇼팽을 더 자주 연주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청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슈만보다 쇼팽이 더 수월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쇼팽의 선율 구조가 귀에 더 쉽게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슈만을 훨씬 자주 연주합니다. 쇼팽은 큰 애정을 갖고 있지만 무대에는 잘 올리지 않아요.

2. 슈만의 피아노 작품은 쇼팽에 비해 훨씬 덜 "피아니스틱"해서 연주하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시나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피아노, 더 나아가 다른 특정 악기를 위해 어떻게 작곡했는지 살펴보면 작곡가의 기질과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슈만의 작품에는 진정한 의미의 광기가 담겨 있어요. 제가 지금 다시 연습 중인 환상곡 Op. 17의 2악장 종결부가 그 예죠.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좌우로 오가는 도약은 바로 이 악장을 극단까지 몰고가는 "광기"를 반영합니다. 일종의 절망적 환희와 억지스런 활기가 직설적으로 표출되어 있어요.

3. 슈만과 쇼팽의 작품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곡은 무엇인가요?
두 작곡가 모두 훌륭한 피아노 작품을 많이 남겨 고르기가 힘드네요. 지금 당장은 슈만 환상곡 Op. 17에 다시 한 번 푹 빠져 있고 쇼팽은 유작 녹턴 C#단조를 정말 좋아해요. 제가 앙콜로 자주 연주하는 곡입니다. 발라드와 전주곡도 매력적이고요.

4. 쇼팽이나 슈만의 작품 가운데 절대 연주하고 싶지 않은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뇨. 저는 특정 작품을 미리 배제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5. 덜 알려진 슈만 후기 곡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중 앞에서 연주해보신 작품이 있나요?
여러 시기에 걸쳐 쓴 곡들이지만 그동안 분테 블래터를 꽤 자주 연주했어요. 또 동화 이야기하기,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3중주 등 몇몇 실내악곡도 무대에 올렸고요. 슈만의 후기 곡들은 놀랍도록 감동적인, 또는 신비롭게 가슴 뭉클한 작품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6. 쇼팽 초기작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4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대에 올려보신 적이 있나요?
연주해본 적 없습니다. 쇼팽 주요 작품 중에도 아직 무대에 올리지 않은 곡이 많아서 이 곡까지 공부할 기회는 아마 없을 듯하네요. 풍부한 재능과 잠재력은 엿보이지만 이미 20세의 나이에 두 피아노 협주곡에서 보여준 완숙함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7. 슈만과 쇼팽의 환상곡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어떤 작품이 더 중요한가요?
고갱과 고흐를 비교하는 것과 좀 비슷한데요? 두 작품 모두 훌륭하지만 제가 보기에 슈만 환상곡은 그 시적인 깊이로 볼 때 모든 음악을 통틀어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슈만 환상곡을 더 좋아하지만 물론 쇼팽 환상곡도 아주 좋아해요.

8. 두 작곡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이나 슈만을 특별히 더 자주 무대에 올리실 계획인가요? 이를 계기로 새로 준비하신 곡도 있나요? 어떤 곡인가요?
쇼팽 협주곡 1번의 경우 원래도 아주 좋아했지만 바르샤바에 열린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콘서트를 위해 특별히 다시 공부하면서 마스터할 기회로 삼았습니다. 슈만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환상곡 Op. 17을 다시 연습 중이고 곧 베를린 클래식스에서 녹음을 거쳐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9. 슈만은 탁월한 가곡 작곡가이기도 했던 반면 쇼팽이 쓴 몇 안되는 가곡은 완전히 잊혀졌는데요, 이 같은 뚜렷한 차이점이 피아노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제 생각에 두 사람 모두 매우 시적으로 사고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쇼팽은 이 과정이 언어를 거치지 않은 채 일어났죠. 반면 슈만의 가곡을 들으면 가사 텍스트에 담긴 정서를 슈만 자신이 얼마나 강렬하게 체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깊은 감동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순수 피아노곡에 대한 영향은 느끼지 못하겠네요.




쇼팽: 유작 녹턴 C#단조 - 라르스 포그트



라르스 포그트, 1990년 리즈 콩쿨 실황 및 녹음 세션
-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C장조 (00:40부터)
-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w/ 사이먼 래틀, CBSO (08:55부터)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w/ 사이먼 래틀, CBSO (44:35부터)



핑백

  • 溫音 : 피아니스트 11명이 얘기하는 쇼팽과 슈만 - (9) 차하리아스 2018-09-22 08:21:02 #

    ... 행됐는데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1) 부흐빈더, 키신(2) 오피츠, 바두라-스코다(3) 아믈랭(4) 레온스카야(5) 리밍치앙(6) 쉬프(7) 휴잇(8) 포그트 를 포스팅했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차하리아스입니다.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에서든 슈만보다 쇼팽을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