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4 08:01

피아니스트 11명이 얘기하는 쇼팽과 슈만 - (7) 안젤라 휴잇 음악 기타



원전판 악보 전문 출판사인 독일의 헨레에서 2010년에 쇼팽과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질문 9가지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7명(차하리아스, 포그트, 레온스카야, 바두라-스코다, 부흐빈더, 쉬프, 오피츠)은 독어로,
4명(리밍치앙, 아믈랭, 휴잇, 키신)은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몇 차례로 나눠 번역해서 올립니다.
지금까지 번역한 내용은 아래 링크합니다:


오늘은 휴잇입니다.


[안젤라 휴잇]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에서든 슈만보다 쇼팽을 더 자주 연주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맞아요, 정말 그래요. 쇼팽은 들으면 특별한 수고 없이도 아름다운 선율과 멋진 반주가 바로 귀에 들어오죠. 물론 그보다 높은 수준을 요하는 작품들도 있지만요. 반면 슈만은 정말 유명한 곡 몇 개를 빼고는 청자가 노력을 기울여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주자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면에서 슈만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감상자보다는 "음악인을 위한 음악"이라고들 하죠.

2. 슈만의 피아노 작품은 쇼팽에 비해 훨씬 덜 "피아니스틱"해서 연주하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시나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맞는 얘기죠. 슈만은 피아노곡을 아주 오케스트라적으로 썼고 때로는 손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피아노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고, 개인적으로는 쇼팽보다 슈만의 테크닉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쇼팽 곡에 많이 등장하는 2도, 3도에 약하거든요!

3. 슈만과 쇼팽의 작품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곡은 무엇인가요?
슈만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연주되는 곡들을 주로 연주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콩쿨에서 다들 치는 "카르나발"이나 "교향적 연습곡"보다는 "다비드동맹 무곡집", F#단조 소나타, "노벨레텐", "후모레스케" 등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작품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많이 발견합니다. 쇼팽은, 제가 무용수 경험이 있어서인지--레 실피드에서 제가 맡았던 독무가 왈츠 G플랫 장조랍니다!--춤곡들 그러니까 마주르카, 왈츠, 그리고 F#단조 폴로네이즈를 각별히 사랑해요. 또, 너무 자주 연주되는 발라드보다는 스케르초를 더 좋아하고 전곡도 연주했습니다. 소나타의 경우 3번은 연주해 본 적 없지만 2번 "장송 행진곡"은 제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죠!

4. 쇼팽이나 슈만의 작품 가운데 절대 연주하고 싶지 않은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슈만 토카타요. 도저히 연주 불가능입니다!

5. 덜 알려진 슈만 후기 곡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중 앞에서 연주해보신 작품이 있나요?
후기 곡들은 아직 손대지 않았는데 "새벽의 노래"와 다른 몇몇 작품은 꼭 연주해보려고 합니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6. 쇼팽 초기작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4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대에 올려보신 적이 있나요?
몇 번 들어봤지만 직접 쳐본 적은 없습니다.

7. 슈만과 쇼팽의 환상곡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어떤 작품이 더 중요한가요?
쇼팽 환상곡은 블라도 페를뮈테르에게 배웠는데 지금도 정말 즐겨 연주합니다. 슈만의 걸작과는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르죠. 슈만 환상곡은 제가 죽기 전에 반드시 배워야 할 작품이에요. 어렸을 때 매일 밤 캐서린 콜라르의 환상곡 음반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8. 두 작곡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이나 슈만을 특별히 더 자주 무대에 올리실 계획인가요? 이를 계기로 새로 준비하신 곡도 있나요? 어떤 곡인가요?
쇼팽보다는 슈만을 더 많이 연주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 음악제에서는 둘 다 공평하게 연주합니다. 슈만으로만 준비하는 리사이틀이 있고 쇼팽 첼로 소나타, 가곡, 독주곡 몇 개로 구성된 리사이틀이 있거든요. 또 올해는 슈만 협주곡을 많이 했는데 폴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투어하면서는 쇼팽 E단조 협주곡도 연주했죠. 폴란드 교향악단과 쇼팽을 연주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쇼팽과 슈만은 같은 해에 태어났으면서도 음악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 프로그램에 두 사람을 좀처럼 같이 올리지 않아요.

9. 슈만은 탁월한 가곡 작곡가이기도 했던 반면 쇼팽이 쓴 몇 안되는 가곡은 완전히 잊혀졌는데요, 이 같은 뚜렷한 차이점이 피아노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많은 쇼팽 곡들은 악기로 연주하는 가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녹턴이 그 예죠. 쇼팽은 피아노를 가지고 제대로 노래할 줄 아는 작곡가였어요. 반면 성악을 위한 가곡들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전혀 세련되지 않은 단순한 곡들이죠. 그에 비해 슈만 가곡들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걸작의 향연입니다. 저는 슈만 가곡 피아노 반주하기를 정말 좋아해요. 훌륭한 성악가이자 음악인과 슈만 가곡을 같이 해보면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그의 피아노 작품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슈만 피아노곡 해석에 필수적이면서도 오늘날 많은 연주에서 결여된 유연함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요.



쇼팽: 녹턴 Op. 15 No. 2 - 안젤라 휴잇 (1980년 쇼팽 콩쿨 실황)



슈만: 서주와 콘서트 알레그로 - 안젤라 휴잇 / 앤드류 맨츠 / BBC 스코티시 교향악단 (2011년 BBC 프롬스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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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漁夫 2018/09/14 16:48 #

    슈만 토카타는 정말 어려운 곡이긴 한데, 쇼팽이건 슈만이건 그 때 피아노로는 손에 부담이 지금보다는 덜 갔을 겁니다. 지금 피아노는 그 때 피아노와 여러 점에서 달라서 피아니스트의 육체적 지구력 및 힘이 더 크게 필요하니까요.
  • 명품추리닝 2018/09/14 22:07 #

    흥미롭네요. 지금의 피아노가 더 무거운 타건감을 가졌다는 건가요?
    분명 현재 연주자들의 테크닉은 200년 전보다 발달했을 텐데요.
  • trammondog 2018/09/14 23:39 #

    그렇지 않아도 바르샤바에서 이제 막 끝난 제1회 시대악기 쇼팽 콩쿨을 유툽으로 보니 보기만 해도 그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sQZa7LG_YGY 그나저나 쇼팽 협회는 몇년 전 출시한 시대악기 박스 세트도 그렇고, 시대악기에서 또다른 활로를 찾고 있는 듯합니다.
  • 漁夫 2018/09/15 00:39 #

    명품추리닝 님 / 지금 피아노가 더 건반이 무겁고, 더 큰 음량을 내기 위해 현의 장력이 커져서 현을 걸어 주는 뼈대(프레임)가 철제입니다. 이것은 더 나중 시기에 등장했죠. 쇼팽에게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리사이틀 하라고 하면 아마 "소리가 뒤에서 들리겠냐"라 물을 겁니다. 실제 쇼팽은 완전 공개 홀에서 연주회를 연 적이 별로 없습니다. 호로비츠처럼 천둥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체중을 싣거나 팔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등의 기법도 별 필요 없었다고 봐야죠.
    그리고 쇼팽 시기의 피아노는 옥타브 사이의 거리가 지금보다 6mm 정도 짧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손의 피로도에 이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쇼팽 이후의 피아노 작품들을 쳐 본 사람이라면 다 수긍할 것입니다.

    trammondog 님 / 네 그렇더군요. 문제는 제가 그 편에 별 흥미가 없다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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