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5 11:13

피아니스트 11명이 얘기하는 쇼팽과 슈만 - (6) 언드라시 쉬프 음악 기타



원전판 악보 전문 출판사인 독일의 헨레에서 2010년에 쇼팽과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질문 9가지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7명(차하리아스, 포그트, 레온스카야, 바두라-스코다, 부흐빈더, 쉬프, 오피츠)은 독어로,
4명(리밍치앙, 아믈랭, 휴잇, 키신)은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몇 차례로 나눠 번역해서 올립니다.
지금까지 번역한 내용은 아래 링크합니다:


오늘은 쉬프입니다.


[언드라시 쉬프]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에서든 슈만보다 쇼팽을 더 자주 연주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확실히 그렇죠. 쇼팽이 훌륭한 작곡가라는 건 전 세계가 알고 있어요. 거의 모든 작품이 유명하고 또 자주, 때로는 너무 자주 연주됩니다. (일부 피아니스트들이 혐오스러울 정도로 쇼팽을 과장해서 연주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아요.)
반면 슈만의 경우는 많이 달라요. 새로 나온 헨레 에디션이 6권으로 되어 있을 만큼 슈만의 피아노 작품 세계는 방대합니다. 그 중에는 카르나발, 교향적 변주곡, 크라이슬레리아나, 환상곡 C장조처럼 정말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곡도 있고 소나타, 후모레스케, 다비드동맹 무곡집처럼 비교적 덜 연주되는 곡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기 곡들을 비롯한 많은 작품이 아직도 외면되다시피 하고 있어요.

2. 슈만의 피아노 작품은 쇼팽에 비해 훨씬 덜 "피아니스틱"해서 연주하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시나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동의합니다. 쇼팽의 경우 자기 손에 맞게 작곡했기 때문인데 쇼팽은 손이 좀 특이했어요. 연습곡 Op. 10의 1번 C장조를 보면 그다지 손에 "편하게" 쓰여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슈만은 아주 창의적이고 고유한 스타일로 피아노 작품을 작곡했어요. 아주 오케스트라적인 동시에 종종 두 손이 아닌 세 손을 위해 쓴 것처럼 들립니다. 또 멜로디와 베이스 사이를 "채워넣는" 수식은 놀랍도록 시적이죠. 한편 토카타 Op. 7은 거의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체 능력이나 재주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과의 투쟁에 가깝다고 할까요.

3. 슈만과 쇼팽의 작품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곡은 무엇인가요?
두 작곡가 모두 너무 많아서 꼽기가 어렵네요. 쇼팽 중에서 굳이 꼽는다면 전주곡과 마주르카입니다.

4. 쇼팽이나 슈만의 작품 가운데 절대 연주하고 싶지 않은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쇼팽 곡 중에는 수준 미달의 작품이 없어요. 다만 형편없이 연주해서 쇼팽에 해만 끼치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소나타 B플랫 단조와 발라드 G단조도 정말 자주 연주되는데요, 그래서 저는 손대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자주 연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도전 삼아 슈만 토카타를 연주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슈만은 파가니니 연습곡도 연주할 계획이 없는데요, 좋은 작품이 아니어서라기보다는 다른 작품에 비해 중요성이 덜해서 선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5. 덜 알려진 슈만 후기 곡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중 앞에서 연주해보신 작품이 있나요?
저는 새벽의 노래와 유령 변주곡을 정말 열렬히 사랑합니다. 두 곡 모두 자주 무대에 올렸고 음반으로도 남겼어요. 이런 음악을 듣고도 깊은 감동을 못 받는다면 그런 분들은 도저히 구제 불능입니다.

6. 쇼팽 초기작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4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대에 올려보신 적이 있나요?
잘 아는 곡이긴 한데 무대에 올려본 적은 없습니다. 집에서만 연주해 봤어요.

7. 슈만과 쇼팽의 환상곡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어떤 작품이 더 중요한가요?
쇼팽 환상곡이 정말 뛰어난 곡이라면 슈만 환상곡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작품이고 거의 슈만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이 "환상곡풍의 소나타"를 남겼다면 쇼팽과 슈만은 "소나타풍의 환상곡"을 추구했죠.

8. 두 작곡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이나 슈만을 특별히 더 자주 무대에 올리실 계획인가요? 이를 계기로 새로 준비하신 곡도 있나요? 어떤 곡인가요?
슈만은 많이, 쇼팽은 조금만 연주할 예정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쇼팽은 더 이상 다른 도움이 필요없지만 슈만은 아직도 정말 많은 관심이 필요해요. 따라서 슈만으로만 여러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무대에 올리려고 합니다. 슈만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곡가 중 한 명이에요. 반면 쇼팽은 전부 쇼팽 곡으로만 이루어진 리사이틀이 자주 열리긴 하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9. 슈만은 탁월한 가곡 작곡가이기도 했던 반면 쇼팽이 쓴 몇 안되는 가곡은 완전히 잊혀졌는데요, 이 같은 뚜렷한 차이점이 피아노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물론이죠. 쇼팽은 거의 피아노를 위해서만 작곡했고 천재적인 음악을 남겼습니다.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이 바로 쇼팽 음악의 특질을 규정하죠. 가곡도 괜찮긴 하지만 중요한 곡들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첼로 소나타가 훨씬 뛰어나죠. 그에 비해 슈만은 가곡, 실내악, 교향곡, 합창곡, 심지어는 오페라 게노베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명곡을 남겼어요. 피아노 작품 세계는 그가 남긴 방대한 유산의 일부일 뿐입니다.



쇼팽: 전주곡집 Op. 28 - 언드라시 쉬프


슈만: 다비드동맹 무곡집 Op. 6 - 언드라시 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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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1) 부흐빈더, 키신(2) 오피츠, 바두라-스코다(3) 아믈랭(4) 레온스카야(5) 리밍치앙(6) 쉬프(7) 휴잇(8) 포그트 를 포스팅했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차하리아스입니다.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 ... more

덧글

  • 명품추리닝 2018/09/09 15:51 #

    주말에 쇼팽 전주곡집 들으며 간식 먹으니 좋네요.
    어제 우쿨렐레 공연하고 집에 와서 쓰러진 후에 오늘 무려 2시에 일어난 거 있죠?!
  • trammondog 2018/09/09 21:51 #

    공연으로 에너지 소모가 크셨나봐요! 즐거운 시간 되셨길 바래요. 저는 프레젠테이션 같은 거 하면 연습 때 아무 문제 없던 곳에서 갑자기 머리가 하얘질 때가 있어서,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건 적성이 아닌가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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