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2 06:38

피아니스트 11명이 얘기하는 쇼팽과 슈만 - (4) 레온스카야 음악 기타




원전판 악보 전문 출판사인 독일의 헨레에서 2010년에 쇼팽과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질문 9가지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7명(차하리아스, 포그트, 레온스카야, 바두라-스코다, 부흐빈더, 쉬프, 오피츠)은 독어로,
4명(리밍치앙, 아믈랭, 휴잇, 키신)은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영어 번역본을 바탕으로 몇 차례로 나눠 번역해서 올립니다.
지금까지 번역한 내용은 아래 링크합니다:



오늘은 레온스카야입니다. 6번 질문까지만 답한 것 같아요.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1. 세계적으로 보면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홀에서든 음악원에서든 슈만보다 쇼팽을 더 자주 연주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죠. 슈만에 비해 쇼팽은 마주르카, 왈츠, 전주곡, 녹턴 등 짧은 곡들을 많이 남긴 덕분에, 음악을(특히 쇼팽 작품을) 사랑하지만 테크닉 수준이 높지 않은 많은 아마추어 애호가들의 욕구와 들어맞습니다. 쉽게 귀에 들어오고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요. 반면 슈만은 아라베스크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간단해 보이는 곡에도 비밀이 숨어있어요. "저녁에"라든지 또는 어린이 정경에 포함된 몇몇 곡들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제대로 연주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학생들이 쇼팽을 더 자주 연주하는 이유는 분명해요 - 연습곡 때문이죠! 피아노 학생이라면 누가 쇼팽 연습곡을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요!!! 쇼팽 연습곡들은 테크닉과 음악성, 두 측면 모두에서 이정표 같은 작품입니다. 또 쇼팽은 스케르초나 발라드 같은 더 복잡한 곡들도 길이가 지나치게 길지 않아 충분히 연주 의욕을 불러일으키죠. 그에 비해, 비르투오조는 아니지만 비할 데 없는 시인이었던 슈만은, 예를 들어 아베그 변주곡, 비상, 변덕 같은 곡들을 보면 테크닉과 표현에서 그만의 특이함이 있습니다. 슈만의 작품 중에는 그냥 "평범하게 낭만적인 분위기"가 중심이 되는 곡은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환상곡 1악장을 들으면 뭔가 일상적이고 평범한 요소를 기다리게 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죠.
한 마디로, 두 천재를 서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둘 중 한 사람의 가치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빛을 잃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강점이 다른 사람의 약점인 것도 아니니까요. 슈만이 쇼팽보다 덜 관습적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시적 표현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죠. 또 쇼팽이 슈만보다 환상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해서 그것이 슈만 작품 세계에 대한 비판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2. 슈만의 피아노 작품은 쇼팽에 비해 훨씬 덜 "피아니스틱"해서 연주하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시나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슈만이 환상곡 C장조 2악장, 소나타 F#단조 및 F단조에서 보여준 테크닉상 난점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정복하기 어려울 거예요. 많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크라이슬레리아나를 레퍼토리로 선택하는데...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몇몇 패시지를 빼고는 감정도 살리지 못한 채 그냥 치고 있어요. 또 소나타의 느린 악장들(나머지 악장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짧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얼마나 놀랍고 광채에 빛나는데요! "그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도록 잠시만 머물러다오!")이나 환상곡 3악장의 비할 데 없는 긴장감은 또 어떻고요!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이 3악장을 두고 너무도 심오해서 연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죠.

3. 슈만과 쇼팽의 작품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곡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곡은 많은데 그중 정말 특별한 작품으로는 슈만 후모레스케와 쇼팽 녹턴 몇몇 곡을 꼽고 싶어요.

4. 쇼팽이나 슈만의 작품 가운데 절대 연주하고 싶지 않은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쇼팽 소나타 1번입니다. 쇼팽은 나중에 가서야 소나타 양식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했죠. 소나타 B플랫 단조는 정말 기적 같은 작품이에요!!!

5. 덜 알려진 슈만 후기 곡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중 앞에서 연주해보신 작품이 있나요?
제가 연주해본 건 새벽의 노래인데요, 슈만 후기 곡들은 확실히 폴리포닉하고 소리는 노출이 부족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의미를 전달해요. 무겁고 또 아름다운 작품들입니다.

6. 쇼팽 초기작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4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대에 올려보신 적이 있나요?
4번 답변을 참조하세요.




슈만: 카르나발 Op. 9 -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쇼팽: 녹턴 Op. 48 No. 2 -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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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명품추리닝 2018/08/13 21:31 #

    느린 곡을 굉장히 정교하게 의미를 담아서 연주하네요.
    레온스카야의 신체조건도 남성 못지 않게 피아노에 적합하고...
    동영상이 첨부되니 더 좋아요~
  • trammondog 2018/08/13 22:01 #

    말씀해주신 대로 하니 제가 참고할 기록용으로도 좋네요 :)
    레온스카야는 그 사색적이고 진중한 스타일이 브람스와도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https://youtu.be/UFuXIx80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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