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2 06:55

템피, 메사 + 맛집 2곳 (6/27-6/30) 여행


















볼일이 있어 애리조나 주 피닉스 바로 옆 템피와 메사에 며칠 방문하는 동안 찍은 사진들입니다. 저는 이렇게 뜨겁고 바싹 마른 날씨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요. 그래서, 날씨만 놓고 보면 그동안 가봤던 도시들 가운데 여기서 살고 싶다 하는 강한 유혹이 들었던 곳이 이곳, 그리고 라스베가스와 팜스프링스 정도입니다. 물론 어디서든 냉방이 빵빵해야 한다는 조건인데, 아직도 여기는 나중에 요금 폭탄을 맞을지언정 일단 에어컨이든 히터든 최대치로 틀어대는 것이 일반적이라 냉방이 "약해서" 문제가 됐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제 경우 뜨겁고 건조한 날씨에 심히 끌리는 것은 아무래도 매운 음식을 즐기는 심리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된장국이나 콩나물국 같은 온건한 음식을 상시 메뉴로 고르는 게 맞겠지만, 생각만 해도 군침이 가득 도는 매운 맛의 자극적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작열하는 태양과 건조한 대기에서 오는 쾌감은 정말로 특별한 뭔가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껏 만끽하고 왔어요.

반면 휴스턴이나 뉴올리언즈처럼 덥고 습한 날씨는 (도시 자체의 매력과는 별도로) 참 별로입니다.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아직도 그런 여름을 못 견뎌하는 걸 보면 아마 앞으로도 적응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가장 꺼려지는 곳은 추운 지역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설경과 넉넉한 스키장과 파워풀한 난방이 있어도 추위는 너무 괴롭습니다.

뜨겁고 건조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딱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바로 전갈인데요, 저희 집에서 대략 5-7cm 크기의 이 종류(혐오 주의)가 일년에 한두번 출몰하는 것도 무서운데, 애리조나에서는 더 다양한 종류(혐오 경고!)를 더욱 자주 상대해야 할 테니까요;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로컬들이 즐겨찾는 현지 식당에 가급적 가보려고 하는데, 이번에 그렇게 해서 정말 만족스럽게 먹은 곳이 2곳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릴 생각을 미처 못해서 사진은 없고, 대신 옐프 페이지를 링크합니다.

첫 번째는 Little Miss BBQ입니다. 바베큐 식당이야 미국 중남부 지역에 무수히 많지만 지금까지 가본 곳들 중 제 입맛에 가장 잘 맞은 곳 중 하나로 여기가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가장 유명한 fatty brisket이 다 떨어져서 일반 brisket, 소시지, pork ribs로 했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다음번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문 열자마자 들러서 fatty brisket을 맛볼 생각입니다. 규모는 매우 작아요. 들어서자마자 줄서서(사실 줄설 공간도 거의 없습니다) 주문하고 바로 음식을 받는데, 건물 안에는 테이블이 5개 정도뿐이고 밖에는 바베큐핏 옆 차양 아래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아무리 그늘이라도 식사가 쉽지 않을 테니 아예 처음부터 테이크아웃할 각오로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날 준비한 고기가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으므로 점심 시간 피해서 가급적 이른 시간에 가시고요.

두 번째는 Backyard Taco인데요, 위 식당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적당한 가격에 상당한 양으로 나오는 특색 있는 타코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제가 시킨 건 소고기(까르네 아사다) 그릴드 고르디타와 리프라이드 빈즈였는데, 적당히 두툼한 토티야 + 숯불 불고기처럼 불냄새와 씹는 맛이 있는 고기가 어우러져 아주 만족했어요. 이곳 역시 건물 내외 합쳐서 테이블 10개 남짓인 작은 동네 타코집입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가보시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템피, 메사, 스캇츠데일 부근에 계시면 들러볼 만합니다(세 도시에서는 웬만한 곳은 운전해서 20분 이내 도착 가능).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찍은 하늘.
저 풍성한 구름이 제 몸은 커녕 동전 하나도 지탱하지 못한다니 참 신기해요.)


("어디 갔다 왔는데? 나 줄 것도 사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