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3 09:29

로트와일러 키우기 반려동물


(입양 후 한달 쯤 지난 2014년 크리스마스 무렵. 33kg)


브루노를 시립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지도 벌써 3년반이 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견종은 (아메리칸) 로트와일러이고
몸길이는 이제 1.2m, 몸무게는 50kg 정도고요.




그동안 요 녀석과 함께 지내면서 관찰한 특징들 그리고
저도 항상 100%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키우는 게 좋겠다고 느낀 점들을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같이 살면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가장 핵심인 건 당연하지만
특히 크고 강한 개들의 경우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어떤 내용은 대형견 전반에, 어떤 건 로트와일러 견종에,
어떤 건 이 녀석한테만 개별적으로 해당되는 특성일테니 감안해 주세요.




브루노는 눈치가 무척 빠르고 새로운 규칙을 쉽게 익히고 호기심도 많고 아주 playful합니다.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이미 배변 훈련이 되어 있었고 앉아, 엎드려, 기다려 등 기본적인 명령도 알고 있던 터라 정말 편했어요. 새로 가르친 규칙 중 중요한 것들은:
- 반가운 사람한테 무작정 점프해서 가슴에 안기지 않기
- 먹을 것을 낚아채지 않고 허락 받을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기
- 정해진 소파와 침대 외에 다른 테이블이나 의자에는 발 올리지 않기
- 휴지통 뒤지지 않기
정도입니다. 입양 당시 딱 한 살이었기 때문에 아직 새 규칙을 큰 어려움 없이 습득할 여지가 있었던 점도 도움이 됐고, 사회화 기회도 꾸준히 있어 다른 사람들이나 개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반면 고집이 매우 세서, 기분이 안 좋거나(특히 병원 갔다온 후) 간혹 사람 음식에 맛들인 날은 하루 종일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금지되는 행동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이 정도 경미한 위반은 결국 허락해주겠지' 하면서 반복적으로 시도하기도 해요.

대형견을 아주 어린 강아지 때부터 계속 키우는 경우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브루노는 입양 후 처음 몇 주 동안 저와의 사이에 미묘한 기싸움? 같은 게 간혹 있었습니다. 공격적이거나 한 건 전혀 아니었지만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면서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식의 태도를 보일 때가 있었어요. 아래에도 적겠지만 이 경우에는 침착하고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루노는 경비견으로 길들여진 견종 특성상 가족과 영역에 대한 보호 본능이 강하고 자신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때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집에 있을 때 현관문 중 바깥 storm door는 잠가 놓고 안쪽 문은 열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문 바로 앞에 앉아 정말 열심히 바깥을 응시하면서 경비 본능을 발휘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접근한다 싶으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제가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해서 "친구"라는 게 확인되면 몇 번 킁킁 냄새를 맡아 보고는 금새 장난감을 갖고 와서 놀자 모드로 전환됩니다.




좋아하는 활동은 대부분의 다른 개들처럼 공 물어오기, 줄다리기, 산책하기, 차 타기 등인데 하루라도 에너지를 소진시켜주지 않으면 욕구 불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금방 눈에 보입니다. 문 밖에 지나가는 사람이나 개한테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애꿎은 자기 이불이나 매트를 긁어서 뜯어 놓기도 하고, 고집도 좀더 세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 적어도 두 차례는 지쳐서 숨을 한동안 헐떡일 정도로 산책시키거나 함께 놀아주는 게 필수입니다. 그러고나면 평온하게 낮잠에 빠지곤 하죠.

사람한테 점프하지 못하도록 훈련시킨 이후로 브루노가 하는 가장 적극적인 애정표현은 꼬리를 파르르(입양 당시 단미 상태였어요) 흔들면서 격하게 몸을 기대다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져와서는 같이 놀자고 조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악의는 전혀 없지만 조심성 없고 투박한 몸놀림 때문에 이것저것 자주 밟고 부딛치고 넘어뜨리고 저한테도 곧잘 자잘한 상처를 남기곤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가 사람한테 기대거나 발을 밟는 게 서열상 자기가 우월하다는 표현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게 주의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대형견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 깔끔하고 청결한 환경은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로트와일러는 짧은 직모가 금방 자라고 빠지고 다시 나는 스타일이라, 미용이 전혀 필요없이 빗질만으로 충분한 건 큰 장점이지만 조금만 청소를 게을리하면 금새 집안 구석구석에 털이 모이기 시작해요. 또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 커다란 발에 종종 진흙(+소변)을 묻혀서 들어오고, 가끔 대변 상태가 이상적이지 않을 때에는 시원하게 드러난 항문 덕에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자국을 남기기도 하죠. 조금 전까지 어디를 핥고 있었는지 모를 큼지막한 혀로 가족들의 손, 발. 입에 애정을 표현하고 억센 발톱으로 인한 가구, 옷, 이불, 바닥 손상도 예사입니다.




브루노는 전반적으로 잘 먹고 잘 쌉니다. 특히 배변량은 엄청나요.. 정말 저의 2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식성은 좋은 반면 속이 예민한 관계로 조금만 불편해도 새벽에 토합니다. 그래서, 음식 냄새만 나면 저렇게 앉아 코를 킁킁거리면서 저를 쳐다보지만 실제로 입에 넣어줄 수 있는 건 매우 한정되어 있어요. 사료와 간식 외에 조금씩 주는 것은 양념 거의 없는 살코기, 당근, 바나나, 수박, 짜지 않은 칩, 그리고 속 안 좋을 때 끓여주는 닭죽 정도입니다.

브루노 키우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 딱 한 가지 있는데 다름 아닌 병원 데려가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1년에 한 번 정기검진 받는 것 외에 병원에 데려가야 했던 경우가 두 번 있었는데(귀 감염, 위 통증), 이 녀석이 심한 불안과 흥분을 드러내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병원이에요. 주사 놓으려면 최소한 성인 3명은 달려들어야 하고, 왠만한 검사는 진정제로는 어림도 없고 완전히 마취를 시켜야만 가능합니다. 대형견도 조용히 진찰 받는 아이들 많은데 이 녀석은 왜 이리 스트레스를 받는지... 거리를 떠돌다 구조됐을 당시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서 중성화 수술 받은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고, 별다른 트라우마 없이 그냥 브루노의 유별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로트와일러는 "순혈"을 유지하기 위한 그동안의 근친교배로 인해 건강상 취약점이 많은 견종 중 하나입니다. 심장, 소화기 계통 문제가 잦은 건 물론이고 나이가 좀 들면 다른 대형견과 마찬가지로 고관절 이형성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평균 수명도 10년이 채 안 됩니다. 브루노도 벌써 절반 정도는 산 셈이죠. 그래서 온순하게 진료 받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텐데, 이렇게나 매번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또 그 상황을 잠재우기 위해 독한 마취를 해야 하니(마취에서 깨면 꼬박 하루는 설사를 하면서 기진맥진하게 늘어져 있어요), 이게 과연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균형을 제대로 맞춰주고 있는 일인지 고민입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미치는 민폐와 위험으로 인한 죄송함은 말할 것도 없고요.




브루노처럼 큰 개를 키울 때에는. 말을 잘 들었을 때 넘치도록 칭찬해주고 불복종 시에는 침착, 단호하게 대응하면서(일관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물리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의 힘도 있어야 합니다. 컨트롤한다는 게 체벌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방 돌격에 최적화된 수십 킬로의 이 덩치가 산책 중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고 한다면 타인과 다른 개의 안전을 위해 내 개를 통제하고 필요시 드러눕혀서 못 움직이게 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평소 그런 성향을 자주 보이는 개라면 교정될 때까지 산책을 안 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은 개에게도 내부적 요인이든 외부적 요인이든 돌발 상황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는 참 위험합니다. 사람 자신의 변덕스런 마음도 믿지 못하는 판에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개의 행동을 100% 내다본다는 건 무리고, 특히 개와의 소통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무턱대고 여기저기 만져대기 시작하면 아무리 순한 개라도 어떻게 반응할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또 상대방의 입장에서 내 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브루노를 키우는 저도 길을 가다가 반대편에서 누군가 로트와일러 성견을 데리고 다가올 때 긴장이 단 1도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인데,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일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언제든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조심하되, 주인이 초조해 하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고 항상 침착하고 단호해야 합니다. 시저 밀란의 조언을 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개가 주인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그대로 감지하고 반응한다는 점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걸음걸이는 여유롭고 당당하게 하면서 목줄은 짧게 그러나 살짝 이완되게 잡는 것이 좋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가 주인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 바로 옆에서 따라가는 산책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소형견 키울 때 그 나름의 기쁨과 보람이 있듯이 대형견은 또 대형견만의 매력이 넘칩니다. 절대 가볍지 않은 책임과 여러 번거로움이 뒤따르지만, 제가 기분이 가라앉은 걸 알고 저한테 와서 그 육중한 몸을 휙 내던지고 기댈 때나 아무 말 없이 한동안 그냥 서로의 눈을 보고 있을 때의 그 고맙기도 하고 벅차기도 한 행복감에 비하면 그런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죠.

쓰다 보니 긴 글이 되었네요; 앞으로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브루노 소식 전하겠습니다.







덧글

  • 명품추리닝 2018/06/13 10:05 #

    로트와일러 평균수명이 10년밖에 안 된다니 의외네요. 경험상 매일 즐겁게 놀아주고 잘 지내면 이별할 때 후회가 없더라고요. 50kg 대형견과 하루 2번 산책하면 따로 운동이 필요없겠어요. 오늘 포스팅은 특히 브루노 사진이 많아서 좋네요.
  • trammondog 2018/06/13 10:52 #

    대개 8-10년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최대한 후회 없도록 자주 놀아주고 자주 차 태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얘가 더위에 약한데 여기가 여름이 길고 뜨거워서 그게 좀 아쉽죠.
  • 나녹 2018/06/16 01:51 #

    50킬로는 정말 크네요 ㄷㄷ그 덩치에 비해 눈마주치는 사진은 정말 귀엽네요.
  • trammondog 2018/06/16 04:57 #

    덩치에 비해 한 귀여움 하죠 ㅎㅎ 성격만 좀 차분했으면 모델도 노려봤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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