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3 00:59

[아끼는음반 13] 알프레도 캄폴리 데카 녹음 시리즈 (1948-1978) 아끼는 음반/음원




지금은 바이올린을 듣는 비중이 피아노에 비해 상당히 작지만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에는 바이올린 음악(특히 협주곡)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았던 기억이 납니다. 음반을 사모으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인데, LP 중에서 부모님이 아닌 제가 처음으로 구입한 게 바로 데카의 Ace of Diamonds 시리즈로 나온 캄폴리의 멘델스존 협주곡 +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음반이었어요. 제가 캄폴리를 알아서 고른 건 당연히 아니고 멘델스존 협주곡 사러 왔다고 했더니 레코드점에서 골라주신 음반입니다:


LP 시대를 거친 분들은 아마도 이 음반 덕분에 캄폴리를 꽤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만큼 애호가들 사이에서 늘상 회자되는 이름은 아니고 메이저 음반사에서도 그동안 음반 재발매나 미공개 음원 발굴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연주자죠. 한마디로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과거 명인 정도의 이미지이고, 저도 멘델스존 연주가 퍽 감미로웠다 정도의 느낌만 간직한 채 한동안 잊고 있었고요. 그러다가 10년전쯤인가 유툽에서 우연히 차이콥스키 협주곡 녹음을 듣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 제가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던 그 캄폴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 짱짱함과 열기 그리고 테크닉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 열성적인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간간히 생각날 때마다 유툽에서 이런저런 녹음을 찾아들을 정도의 관심을 유지하다가...


올해 초 호주 엘로퀀스에서 캄폴리의 전후 데카 녹음들을 깔끔하게 2 x 6 = 12장으로 정리해서 재발매했길래 이베이의 한 셀러에게서 할인 포함 60불 정도에 구입했습니다(맨위 사진). 요즘 쏟아져 나오는 박스물 장당 가격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간헐적으로 나온 캄폴리 CD들이 여러 음반사에 흩어져 있고 일부 중고 음반은 꽤 비쌌던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만 해도 매력적인 선물입니다. 혹시 유툽에 올라온 것 말고 다른 연주도 궁금한데 일단 저렴하게 들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도큐먼트에서 나온 10장짜리 염가박스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고요:


캄폴리의 스타일은 "긴장과 이완을 넘나드는 감미로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단 캄폴리는 아름답게 노래하는 음색이 전매특허죠. 이번 시리즈의 타이틀도 "The Bel Canto Violin"이고요. 하지만 단지 소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테크닉도 대단합니다. 캄폴리는 지난 세대 명인들 가운데 테크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하이페츠, 프리지호다, 리치 등) 중 한 명은 아닐지 몰라도 필요할 때 선보이는 불꽃 같은 기교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역시 낭랑하게 빛나는 톤으로 유명했던 프란체스카티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는데요, 프란체스카티의 경우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통제된 유려함이 특히 돋보인다면 캄폴리는 상대적으로 선이 가는 반면에 프레이징이 좀 더 자유롭고 장력과 비브라토에도 수시로 미묘한 변화를 주면서 드라마를 이끌어 냅니다. 또 음악의 진행이 상당히 빠른 편이라, 비유하자면 흑백 사진 속의 인물이 의외로 모던함을 뽐내고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평소 관심 있었던 분들에게는 이번 시리즈가 좋은 컬렉션 기회입니다 :)




(엘로퀀스 레이블의 캄폴리 시리즈 소개)



(볼트/LPO와 1958년 녹음한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