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8 20:06

지옥과 사랑, 혹은 지옥과 자유(의지) 기타


1) 견주 A는 뒷마당에 많은 개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뒷마당 중 절반은, 장난감이 여기저기 있지만 사실 개들이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구역입니다.
A는 개들이 여기 들어가지 못하도록 훈련시키고 단단히 주지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들어가는 개가 있다면, 또는 거기 들어가지는 않지만 계속 말을 안 듣는 개가 있다면,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끔직하고 고통스럽고 지속적인 고문이 시작됩니다.

견주 B는 같은 상황에서 개들이 그 구역의 존재조차 알 수 없도록 높고 견고한 벽으로 막아 놓습니다.

개들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A의 방식이 더욱 숭고하고 차원 높은 "사랑"일까요?


2) 아무 부족함 없는 A는 애초에 왜 개를 키우게 되었을까요?


3) 전지전능한 존재는 필연적으로 선한가요?



덧글

  • 명품추리닝 2018/05/18 21:49 #

    저는 B가 좋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시간을 목줄 없이 산책한 초롬이도 사실 A의 방식을 따르며 살아간 걸까요...
  • trammondog 2018/05/18 22:33 #

    대부분의 견주라면 A처럼 극한의 고통이라는 결과를 설정해놓기보다는 그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미리 차단하지 않을까.. 싶어요.
  • crave4446 2018/05/18 22:17 #

    1. 제 생각에 A와 B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는데 구분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요?

    2. 좀 더 많은 텍스트가 있지 않다면 A가 왜 개를 키웠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어렵겠지만 개들을 어떠한 대상(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 집을 지킬 존재 등등)으로만 대하고 있을거 같다고 감각할수는 있을거 같습니다.

    3. 전지전능한 존재에 대해 유한한 '인간'이 무얼 말할 수 있을까요?
  • trammondog 2018/05/18 22:44 #

    덧글 감사합니다.
    사실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지옥의 의미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의문을 비유적으로 적어봤어요. 하나님이 인간을 그렇게 사랑하신다면서 왜 고통이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예전에 읽은 어떤 신학자의 저서도 그렇고 얼마 전 빔 벤더스 감독이 교황과 한 인터뷰도 그렇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사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절대자의 입장에서 자녀를 영원한 지옥에 떨어뜨릴 경우까지 상정할 만큼 자유(의지)라는 게 가치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문에서 시작해서 2, 3번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 crave4446 2018/05/18 23:02 #

    재밌는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제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는 교황이나 신학자의 말에 의문이 들어서 그런데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것이 그저 시험의 선택지 1번(천국) 2번(지옥)을 선택할 정도의 좁은 의미라면 자유라고 명명할 정도의 가치나 있는걸까요?
    종교인들과 신학자들은 대부분 결정론자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자유를 말하는게 개인적으로 좀 이상하게 느껴지네요.
  • trammondog 2018/05/18 23:17 #

    동감합니다. 마음대로 선택하되 순종하지 않으면 영원한 고통을 겪을 것.. 이게 과연 자유인가 싶죠.
    그런데 7년 전에 읽었던 그 신학자의 책에서는 이런 "자유(의지)"의 부여가 진정한 "사랑"을 위한 필요 조건인 것처럼 아주 진지하게 설명되어 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사실 이러한 교리나 가르침을 간단히 무시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렵네요; 그래도 의심이나 의문은 덮지 않고 계속 살려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crave4446 2018/05/18 23:33 #

    네 대화 즐거웠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덧글을 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글을 잘쓰셔서 부럽네요.
  • trammondog 2018/05/19 10:43 #

    별 말씀을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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